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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음을 인식할 수 없다’(에피쿠로스,기원전341~270년)philosophy/the ancient world 2022. 6. 16. 15:37반응형
‘인간은 죽음을 인식할 수 없다’(에피쿠로스,기원전341~270년)
에피쿠로스는 기원전 341년 2월, 소아시아의 에게해 사모스 섬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 네오클레스(Neocles)와 카이레스트라테는 모두 아테네 출신이었다. 시민이었던 그들이 에게해의 사모스 섬으로 이주를 결심한 것은 에피쿠로스가 태어나기 십년 전의 일이었다.
에피쿠로스는 플라톤의 제자로부터 처음 철학을 배웠다고 알려져 있다. 바로 플라톤 학자였던 팜필루스에게서 였는데, 그 아래에서 4년동안 철학을 공부한 후 18살이 되던 해에 에피쿠로스는 2년 동안 아테네에서 군인으로 복무를 하게 된다.
그가 군입대를 한 뒤 기원전 323년 알렉산더 대왕이 사망하고 곧 정치적 갈등의 시기가 도래하자, 그의 가족은 콜로폰(Colophon, 현재의 터키)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죽고 난 뒤 즉위한 페르디카스가 사모스섬의 아테네인 이주민들을 콜로폰(Colophon)으로 강제 이주를 시켰던 것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가족과 합류하기 위해 콜로폰으로 돌아온 에피쿠로스는 그곳에서 자연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데모크리토스의 제자 나우시파네스(Naysiphanes)와 조우하게 된다.
에피쿠로스는 기원전 306년에 아테네로 옮겨가기 전에 레스보스(Lesbos)섬의 미틸레네(Mytilene)와 그리스 본토의 람프사쿠스(Lampsacus)에서 잠시 교육자로 활동했다. 그는 더 가든(The Garden)’으로 알려진 학교를 세우고 친구와 추종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구성했다. 그곳에서 그는 쾌락주의로 알려지게 되는 사상을 매우 상세하게 기록했다.
에피크로스의 쾌락주의(Epicurianism)는 흔히 단순히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되곤 하지만 에피쿠로스에게 있어 가장 위대한 쾌락은 오직 지식과 우정을 통해서, 그리고 두려움과 고통이 없는 절제생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플라톤 (참조:https://sikguy.tistory.com/14 )과 아리스토텔레스(참조:https://sikguy.tistory.com/15)사상으로 이미 철학 사조가 절정에 도달했던 당시 철학사상의 주요 관심은 형이상학에서 윤리학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또한 정치윤리에서 개인윤리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기본적인 인간의 개념과 가치관에 대한 진리를 연구한 소크라테스와 같은 초기 철학자들을 탐구했고, 그를 통해 어떤 새로운 사상의 근원을 알아냈는데 그것을 발전시킨 것이 바로 ‘쾌락주의’였다.
에피쿠로스가 만들어낸 ‘쾌락주의’ 철학의 핵심은 마음의 평화, 즉 평온함이 삶의 목적이라는 관점이었다. 그는 “현명하고, 명예롭고, 공정하게 살지 않고 즐거운 삶을 살기란 불가능하며, 또한 즐겁게 살지 않고 현명하고, 명예롭고, 공정하게 살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쾌락과 고통은 선과 악의 근원이며, 덕과 정의와 같은 본질이 이런 근원에서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에피쿠로스의 추론에 따르면,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데 장해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고, 이 두려움은 인간이 신의 노여움을 초래한다면 사후에 혹독하게 처벌받을 것이라는 종교적인 신앙에 의해 증대된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이 두려움을 반대하기보다는 불멸성이라는 대안의 상황을 제시해 죽음의 본질 자체를 설명하려고 했다. 그의 주장은, 우리의 의식(영혼)이 죽음의 시점에서 없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죽으면 그 죽음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에피쿠로스는 원자론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와 레우키포스가 주장했던 우주 전체는 원자나 빈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관점을 받아들인다.
그런 다음 에피쿠로스는 영혼은 역학적으로 육체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빈 공간이 될 수 없으므로, 영혼은 분명 원자로 구성되어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그리고 이런 영혼이라는 원자는 육체 곳곳에 분산되어 있지만 너무 약해서 우리가 죽으면 그 원자는 분해되는데, 그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사람이 죽을 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면 살아있는 동안 죽음의 두려움 때문에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다. 불행은 두려움 때문에 생기고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죽으면 감각이 없어지므로 물리적인 고통이 생길 리가 없다. 죽으면 의식이 없어지므로 감정적으로 고통이 생길 리가 없다. 죽으면 두려움에 대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에피쿠로스는 일생 동안 몇 안 되는 헌신적인 추종자를 끌어들였지만, 종교를 멸시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혁명적인 정치학 분야에서 쾌락주의 사상은 인기가 있었다. 그의 사상은 몇 세기 동안 주류 철학에 밀려 대체로 무시되었지만 18세기에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사상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모든 인간은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유한다”라는 미국 독립선언문에 새겨진 글귀에 반영되어 있다.
에피쿠로스는 종종 건강이 좋지 않아 큰 고통을 겪었다. 그는 결혼하지 않았으며 아이도 없었다. 그는 요로결석을 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결국 그것이 그가 기원전 270년 결국 사망하는 원인이 되었다. 요로결석의 굉장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는 이도메네우스에게 다음과 같이 썼다고 한다.
"나는 이 편지를 내 삶의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기분 좋은 날에 쓰네. 소변을 볼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인데다가 세균성 이질까지 겹쳐 내 고통은 더 이상 심각해질 수 없을 정도네. 그렇지만 내 철학적 사색들로부터 오는 기쁨이 이 고통을 상쇄시켜준다네. 자네에게 부탁하네. 메트로도루스(Metrodorus)의 아들을 잘 돌봐주게. 그 젊은이가 내게, 그리고 철학에 보여준 헌신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네."
에피쿠로스는 72세까지 살았고, 자신의 신념에 충실했던 그는 생애 마지막날을 진정 행복한 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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