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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적게 소유한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시노페의 디오게네스, 기원전 404~323년경)
    philosophy/the ancient world 2022. 6. 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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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적게 소유한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시노페의 디오게네스, 기원전 404~323년경)

    Diogenes,BC403~323
    Diogenes,BC403~323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찾아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 서라'고 했다는 일화로 유명한 고대의 철학자 시노페의 디오게네스. 그는 기원전 404년 흑해 남부 연안의 도시 시노페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고향에서 위조 동전때문에 곤란을 겪게 되는 바람에 아버지를 잃고 난 뒤(아버지 히케시오스는 환전상이었는데 나랏돈을 관리하는 일도 함께 맡고 있었다. 그런데 디오게네스에게 화폐를 만드는 일을 맡겼다가 욕심이 생긴 디오게네스가 돈을 위조하는 바람에 사단이 나고 만 것이었다. 그것이 정부에 걸려, 결국 아버지는 감옥에 끌려가 죽어버렸고 디오게네스는 추방되었다.), 이후 그는 아테네로 도망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디오게네스는 그리스로 건너와 아폴로신전이 있는 델피로 찾아간다. 자신의 운명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디오게네스는 신전에 대고 '가장 높은 평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봤다고 한다. 델포이 신전의 신탁은 주화를 망가뜨려라!’였다고 한다. 신탁에서 말하는 주화란 정치제도, 관습 및 법률, 사상 등을 의미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탁으로 그것을 무너뜨리라는 사명을 받은 디오게네스는 이후 실제로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고 아테네로 가 기성 관습과 가치에 도전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게 된다. 신탁을 바탕으로 그는 보통 사람들은 악의 본질에 관해 관심이 없으므로 올바른 삶이나 가치 있는 삶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제약, 욕망, 감정, 두려움 등으로 야기된 내부의 불만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의 일환으로 디오게네스는 견유학파로 유명한 그리스의 안티스테네스를 찾아갔다. 하지만 안티스테네스는 나는 그 누구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퇴짜 놓았다고 한다. 디오게네스는 끝까지 받아달라고 죽치고 앉아 끈질기게 매달렸다. 어느 날 안티스테네스가 그를 향해 지팡이를 치켜들자 그는 도리어 자신의 머리를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때리세요. 뭔가 확실한 말씀을 해주시기 전까지는 저를 내쫓을 수 있을만큼 딱딱한 나무를 찾아내실 수 없을 테니까요."

    두 손 두 발 다 든 안티스테네스는 디오게네스를 받아 들였고, 그렇게 그는 안티스테네스의 제자가 되어 견유학파의 한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다. 스승이었던 안티스테네스(BC 445-365)는 인간은 덕()을 위해 살아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선한 마음만 필요할 뿐 재산과 명성과 외모 따위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그에게 가르쳤다.

    디오게네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에 적합한 것만 취하면, 인간은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있어 '행복'이란,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를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이 때 자연스러운 욕구는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보기 흉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감출 필요도 없다. 

    자연스러운 욕구를 감추지 말자는 것은 쉽게 말하면 '동물 같은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동물처럼 자신의 자연스런 본성에 따라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며, 행복은 외적인 조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주장했다. 따라서 일체의 '사회적 습관' '문화적 생활'을 경멸하고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는 등의 '개 같은 삶'을 그는 추구했던 것이었다.

    플라톤(참조:https://sikguy.tistory.com/14)은 한때 디오게네스를 미친 소크라테스라고 묘사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모욕적인 언사였으나 이는 사실에 가까운 말이었다고 한다. 디오게네스는 소크라테스(참조:https://sikguy.tistory.com/13)처럼 덕을 추구하며 물질적 편안함을 거부하는 사상을 갖고 있었음은 물론 그 사상을 극단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는 올바른 삶이나 가치 있는 삶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회가 부과한 외부적 제약뿐만 아니라 욕망, 감정, 두려움 등으로 야기된 내부의 불만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부끄러움 없이 관습을 거부하고 재산과 안락함에 대한 욕구를 버리면서 이성과 자연스러운 충동에 이끌리는 소박한 삶을 사는 데 만족함으로써 성취될 수 있는 것이었다. 

    디오게네스가 신봉하고 철저하게 따른 견유학파는 키니코스학파(Cynics)라고도 불리는데, 키니코스라는 말은 개와 비슷한이라는 뜻의 쿠니코스(kunikos)’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이는 모든 형태의 사회적 관습과 예법을 버리고 대신에 가능한 자연 상태에서 살려는 키니코스학파의 결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키니코스학파는 디오게네스가 버려진 통에서만 기거하면서 몸소 가난의 삶을 실천한 것처럼 사람은 이런 삶을 살수록 이상적인 삶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오게네스의 표현에 따르면, “가장 많은 것을 지닌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문명사회의 관습과 가치관에서 벗어난 자연세계의 리듬에 따라 사는 사람이며, 또한 가장 적게 소유한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디오게네스는 그런 자신의 가치관을 스스로의 삶을 통해 증명해 보였는데, 그렇게 세속적인 가치관을 거부한 디오게네스는 거리에서 살기로 선택했고, 그리고 실제로 그는 버려진 쓰레기만 먹고 아주 더러운 누더기를 입으면서 관습을 무시하며 살았던 것이다. 

    일체의 '사회적 습관' '문화적 생활'을 경멸하고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는 등의 '개 같은 삶'을 추구했던 디오게네스. 극도로 무소유정신을 실천했던 그가 남긴 일화 중엔 이런 것도 있다. 

    어느 날 그는 물가를 지나가다 어떤 소년이 손으로 물을 떠 마시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을 보자마자 그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나무 밥그릇을 버리면서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내가 저런 불필요한 것을 지니고 다니다니,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2022.06.10 - [philosophy/the ancient world] - ‘신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소크라테스, 기원전469~399년경)

    2022.06.12 - [philosophy/the ancient world] -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형상의 그림자다(플라톤,기원전427~347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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