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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물은 지각하거나 지각될 때만 존재한다’, 조지 버클리(서기1685~1753년)
    philosophy/the medieval world 2022. 9. 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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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은 지각하거나 지각될 때만 존재한다’, 조지 버클리(서기1685~1753)

    George Berkeley,AD1685~1753
    George Berkeley,AD1685~1753

    아일랜드의 철학자이자 성공회 주교이기도 했던 조지 버클리는, 아일랜드 토머스타운 근처에 있는 킬케니(Kilkenny)인근의 다이사트캐슬(Dysart Castle)에서 버클리 귀족가문의 막내 윌리엄 버클리의 큰아들로 태어났다. 

    열 한 살때였던 1696년 킬케니칼리지에 입학한 그는 이후 1700년 더블린(Dublin)의 트리니티칼리지에 입학했고, 1704년에 트리니티칼리지를 졸업했다. 3년 후인 1707년 트리니티 대학의 펠로우가 된 뒤 그곳에서 1707년 석사학위를 끝마쳤다.

    같은 해인 서기 1707년에 트리니티칼리지의 연구원으로 뽑힌 그는 그로부터 3년 후인 1710년 영국성공회의 사제로 서품되었다. 그리고 대표적 철학저작을 이미 모두 펴낸 상태였던 1714년 아일랜드를 떠나 유럽을 두루 여행했다. 그 여행 기간의 대부분을 그는 주로 런던에서 보냈다. 

    아일랜드로 돌아온 후 버클리는 데리(Derry)의 교구장이 되었다. 그때 그의 주요 관심사는 버뮤다제도에 신학대학을 세우는 계획이었다. 1728년에 그는 아내 앤 포스터(Anne Foster)와 함께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의 뉴포트로 건너가, 3년간 신학대학 설립기금을 모으는데 힘썼다. 하지만 1713년 기금 조달계획이 사실상 무산되자 런던으로 돌아왔고, 3년 후 더블린 클로인(Cloyne)의 주교가 된 뒤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다 1753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철학자들이 물질적 실체라고 부르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조지 버클리

     

    철학자 조지 버클리(George Berkley)는 경험주의자로, 경험을 지식의 주된 원천으로 보았다. 유래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관점은, 원칙적으로는 합리적 반성만으로도 지식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합리주의적 관점과 대조된다. 

    버클리는 같은 경험주의자였던 로크와 같은 가정을 공유했으나 로크와는 사뭇 다른 결론에 도달했던 철학자였다. 그에 따르면, 로크의 경험주의는 온건했다. 감각과 관계없는 세계의 존재를 여전히 고려하고, 인간이 정신과 육체라는 별개의 두 실체로 구성되었다고 본다는 점에서 그는 로크의 경험주의가 온건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버클리는 훨씬 극단적인 경험주의를 취했는데, 그럼으로써 그가 다다른 곳은 비물질적인 관념론이라는 개념이었다. ‘비물질적인 관념론이란 우주에 오직 한 종류의 실체만 있다고 믿는 것으로, 그 유일한 실체란 물질이 아니라 정신, 즉 생각이라는 관념이었다. 

     

    모든 지식은 지각에서 비롯한다. 우리는 관념을 지각하지, 사물 자체를 지각하지는 않는다. 사물 자체는 분명히 경험 밖에 있다. 그러므로 세계는 오직 관념과 그런 관념을 지각하는 정신으로 구성된다. 사물은 지각하거나 지각될 때만 존재한다.”-조지 버클리

     

    버클리의 견해는 보통 에쎄 에스트 페르키피(Esse est percipi,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라는 라틴어 문구로 요약된다. 이를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존재하는 것은 지각하는 것이거나 지각되는 것이다(Esse es taut perciperi aut percipi)”가 되는데, 버클리에 따르면, 세계는 지각하는 정신과 그 정신의 관념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버클리는 외부 세계의 존재를 부정한다거나 그 세계가 우리가 지각하는 바와 어떻게든 다르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가 주장한 것은 지식은 모두 경험에서 비롯해야 하며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은 지각되는 것뿐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지각되는 대상이란 곧 관념(정신적 표상)’이므로, 우리는 관념과 관념의 지각자 외에 다른 무엇이 존재한다고 믿을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외물이 존재한들 우리가 그것을 알기란 불가능하다.”-조지 버클리

     

    조지 버클리의 표적은 로크와 과학자 로버트 보일이 정교하게 발전시킬 데카르트식 세계관이었다. 이 관점에 따르면, 물질계는 무수한 물리적 입자인 미립자로 이루어져있는데, 이 미립자의 본질과 상호작용때문에 세계가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 나타난다. 버클리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관점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가 우리의 감각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각적 관념을 낳는다는 데 있었다. 버클리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이 관점을 반박했다. 첫째,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과작용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는 바(특정 사건이 다른 사건을 일으킨다는 점)는 전적으로 자기 의지작용의 경험(자신의 의지에 따라 활동함으로써 어떤 사건을 일으키는 방식)에 기초한다. 그의 논지는 단순히 우리가 의지활동의 경험을 세계에 투사하는 행위(우리가 세계 때문에 세계에 대한 관념을 품게 된다고 말하는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논지는 우리 관념의 원인인 관념계 너머에 물질계란 없으므로 사실상 물질적 원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버클리에 따르면,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종류의 원인은 바로 의지에 관련된 원인, 즉 의지의 발동이었다. 

     

    한 관념은 다른 관념 이외의 무엇을 닮을 수 없고, 한 색깔이나 모양은 다른 색깔이나 모양 이외의 무엇을 닮을 수 없다.”-조지 버클리

     

    버클리의 두 번째 반박에 따르면, 관념이란 정신적 실체이므로 물질적 실체를 닮을 수 없다. 두 유형은 속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림이나 사진은 물체이므로 다른 물체를 닮을 수 있지만, 어떤 관념이 어떤 물체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행위는 그 관념을 어떤 물체로 오인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요컨대 관념은 다른 관념만을 닮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관념을 통해서만 세계를 경험하므로, 우리가 물질적인 것이라는 개념도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잘못되었다. 우리가 실제로 이해하는 대상은 정신적인 것이다. 세계는 순수하게 생각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스스로 지각하지 않는 것은 모두 우리에게 지각되는 대상 중 하나로서만 존재한다. 

     

    천상의 모든 천사와 지상의 모든 구성물, 요컨대 세계의 뼈대를 이루는 모든 물체는 정신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조지 버클리

     

    하지만 지각자가 아닌 것은 지각될 때만 존재한다는 말은 곧 내가 방을 떠나면 내 책상, 컴퓨터, 책 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그것들은 더 이상 지각되지 않을 테니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버클리는 내가 방에 없을 때라도 그것들은 여전히 신에게 지각되고 있으므로 지각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버클리는 세계에는 물질적 원인은 없고 의지의 작용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던 철학자였다. 그런 주장을 따른다면 의지작용만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의 경험을 통제하지 못하기에, 무엇을 경험할지 선택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세계는 제 방식대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세계에 대한 내 관념을 낳는 의지작용은 내것이 아니라 신의 것이라는 것이 조지 버클리의 생각이었다. 버클리가 생각하는 신은 우리를 지각자로 창조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지각활동을 끊임없이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한 것이었다.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면 문제는 이것이다. 어째서 우리는 사물을 부정확하게 인식하기도 하는가? 왜 신은 우리를 속이고 싶어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버클리는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의 지각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 우리가 실수하는 부분은 자신이 지각한 대상을 판단하는 과정에 있다. 예컨대 물에 반쯤 잠긴 노가 굽어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실제로 굽어있다. 내가 실수하는 부분은 그 노가 굽어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버클리의 철학사상은 확실히 흥미롭지만 우리가 다른 정신의 존재와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으려면 신(결코 우리를 속이지 않을 신)에 대한 믿음에 의존해야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2022.09.19 - [philosophy/the medieval world] - ‘우리 지식은 모두 경험으로 습득한 것이다’, 존 로크(서기1632~17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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