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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식은 모두 경험으로 습득한 것이다’, 존 로크(서기1632~1704년)philosophy/the medieval world 2022. 9. 19. 16:29반응형
‘우리 지식은 모두 경험으로 습득한 것이다’, 존 로크(서기1632~1704년)
‘인간은 아무 것도 각인되지 않은 백지 상태(빈 서판, 타불라라사)에서 태어나 경험을 통해 점차 지식을 획득해 나간다’는 ‘경험론’으로 유명한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는 1632년 8월 29일 영국 서머셋셔(Somersetshire)의 작은 마을 라잉턴(Wrington)에서 태어났다. 변호사였던 로크의 아버지는 청교도 혁명 당시 올리버 크롬웰 밑에서 싸운 의회파 군대의 기병대장이었는데, 그런 부모로부터 청교도 사상을 교육 받은 존 로크는 이후 부유한 후원자 덕분에 런던 웨스트민스터 학교와 옥스퍼트 대학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나 1652년 입학한 옥스퍼드 대학교는 장학생 신분으로 입학한 것이었는데 그곳에서 언어, 논리학, 윤리학, 수학, 천문학을 두루 공부할 수 있었고, 바로 이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데카르트라는 철학자를 알게 되었다. 또한 선구적 화학자 로버트 보일의 실증적 과학방법론에 깊은 감명을 받고, 보일의 견해를 지지하는 한편 그의 실험연구를 돕기도 했다.
1656년 학사(Bachler of Art)를 받은 후 2년간 석사과정을 밟은 존 로크는 1660년 옥스퍼드 대학의 튜터로 5년간 활동을 했고, 이후1664년경부터 과학, 특히 의학을 연구했다. 1665-1666년 공사 비서로서 독일의 브란덴부르크에 머문 존 로크는 이를 계기로 약 10여년간 정치무대에서 활동을 했다. 경험주의 사상에 앞서 그를 먼저 유명해지게 만든 그의 정치저작의 토대가 바로 이 시기에 마련된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들이 서로 다른 종교를 믿지만 질서있게 함께 사는 것을 목격하고 종교적 관용의 실행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 경험이 훗날 <관용에 관한 편지(A Letter concerning Toleration>를 쓰게 된 원동력으로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샤프츠베리 제 일공작의 서기로 발탁된 뒤 1675년 무역 식민위원회의 서기장에 임명된 존 로크는 1675-1679년 주요 저서인 <인간 오성론>의 저술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 로크는 심한 천식으로 정계에서 은퇴한 후 프랑스의 몽펠리에르에서 약 4년간에 걸쳐 휴양 생활을 했고, 1679년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정치 문제로 두 번째로 영국을 떠나 망명길에 오른 존 로크는1689년 명예 혁명에 의한 윌리엄 3세의 즉위가 있은 다음 다시 귀국하여 1690년 공소원장이 되었다. 이후 그는 계속 영국에서 지내며 여러 공직을 맡게 된다. 그리고 망명 중 집필한 <인간 지성론>을 발표하여 일약 유명해지게 된다. 1700년 에식스에서 은퇴한 뒤 집필활동에 몰두하던 존 로크는 바로 그곳에서 1704년에 사망하였다.
“갓난아이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들이 여러 관념을 세상에 가져온다고 생각할 이유가 거의 없어질 것이다.” -존 로크
전통적으로 존 로크(John Locke)는 후대의 철학자 조지 버클리, 데이비드 흄과 함께 영국 경험주의자로 분류된다. 경험주의자들의 일반적 견해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지식은 우리가 감각으로만 얻는 경험에서 직간접적으로 비롯한다. 이는 르네 데카르트, 바뤼흐 스피노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같은 합리주의자들의 견해와 대조를 이룬다. 합리주의자들은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이성만으로 지식을 습특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경험주의자’와 ‘합리주의자’, 이 두 집단을 나누는 선은 흔히들 생각하는 것만큼 뚜렷하지 않다. 합리주의자들 역시 세계에 대한 우리 지식이 근본적으로 경험에서, 특히 과학탐구에서 비롯함을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크는 감각으로 경험한 사실에 이른바 가추법(abduction, 이용 가능한 증거에서 최선의 설명을 이끌어내는 이성적 추론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세계의 본질에 대한 독특한 견해에 도달한 철학자였다. 로크에 따르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에 대한 최선의 설명방법은 바로 ‘미립자론’이었다. 미립자론이란 만물이 극히 작은 입자, 즉 미립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론이었는데 로크에 따르면 우리는 그 미립자에 대해 직접적 지식을 얻을 수 없지만, 바로 그것이 존재하는 덕분에, 그러지 않았더라면 설명하기 힘들거나 불가능했을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미립자론은 17세기 과학사상계에서 날로 인기가 높아지던 이론으로, 로크가 물질적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이론이었다.
“합리주의자들은 우리가 ‘본유적’ 관념 및 개념을 품은 채로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다음과 같은 사실로 반증된다. ‘갓 태어난 사람 누구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진리란 없다, ‘문화와 시대를 초월해 누구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 관념이란 없다.’ 그러므로 우리 지식은 모두 경험으로 습득한 것이다.” -존 로크
[인간오성론]에서 로크는 합리주의자들이 경험 없이 지식에 접근하는 법을 설명하려고 내놓은 이론을 꽤 길게 반박했다. 그 이론이란 바로 본유관념론(생득관념론)이었다.
‘본유관념론’이란 인간이 ‘본유관념(생득관념)’을 품은 채로 태어나며 그 덕분에 경험과 상관없이 세계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개념으로, 이 개념의 유래는 철학의 태동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플라톤의 ‘이데아론’
2022.06.12 - [philosophy/the ancient world] -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형상의 그림자다(플라톤,기원전427~347년경)’
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참된 지식은 모두 본질적으로 우리 내부에 있다. 우리가 죽으면 정신은 새로운 육체를 취해 환생한다. 하지만 탄생의 충격 때문에 우리는 그 지식을 모두 잊어버린다. 그러므로 교육이란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이미 아는 지식을 ‘잊지 않도록’ 하는 일이고, 교육자는 선생이 아니라 산파다.
후대의 사상가들은 플라톤의 이 이론에 반기를 들고, 모든 지식이 본유적인 것은 아니며 한정된 수의 개념만 그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의 개념이라거나 정삼각형 같은 완벽한 기하학적 구조의 개념같은 것들 말이다. 본유관념론을 지지하는 이들의 관점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지식은 직접적인 감각경험 없이도 이성과 논리의 힘만으로 습득할 수 있다. 르네 데카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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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인간의 마음속에 신이라는 개념이 각인되어있다고(도공이 도자기의 점토에 남기는 표시처럼) 믿었고, 신의 존재에 대한 그 지식을 자각하기 위해 ‘추론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언명했다.
반면 존 로크는 갓 태어났을 때의 인간정신이란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나 빈 서판과 같다고 믿었다. 그에 따르면, 세계에 대한 우리 지식은 모두 우리가 감각으로 전달받는 경험에서만 비롯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야 우리는 그 지식을 합리화하여 새로운 관념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듯 로크는 인간에게 본유적 지식이 있다는 견해에 반대하는 철학자였다. 하지만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철학 전반에 대해 총체적 반박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데카르트에 반대한 것은 본유관념에 대한 대목 뿐이었다.
서기 1704년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신新인간오성론]에서 로크의 경험주의적 주장을 반박했다. 라이프니츠의 주장에 따르면, 본유관념은 우리가 감각경험에 기초하지 않고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이고, 로크가 그 가능성을 부정한 것은 잘못이다. ‘인간이 오감으로 지각하는 것을 넘어서는 대상을 알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그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정신에 각인되었으나 정신이 인지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진리가 있다는 말은 모순으로 들린다.”-존 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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