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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에는 저마다 모든 진리가 담겨있다.’,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서기1646~1716년)philosophy/the medieval world 2022. 9. 22. 17:05반응형
‘만물에는 저마다 모든 진리가 담겨있다.’,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서기1646~1716년)
‘완성형 천재’라고 불리는 독일의 철학자 겸 수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서기 1646년 작센 선제후국의 도시 라이프치히(Leipzig)에서 태어났다. 법관의 아들이었던 그는 어린 나이에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등 모든 과목에서 완성형의 능력을 보였고, 어릴때부터 주변에선 이미 천재로서 유명한 아이였다. 그런 소문이 그가 살던 라이프치히 지역 전체에 자자했을 정도였다.
그런 천재성을 바탕으로 15살이었던 1661년, 어린 나이에 라이프치히 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한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1663년에는 예나 프리드리히 실러 대학교에서도 수학 강의를 들었고, 약관의 나이였던 1666년에 라이프치히 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바로 학위를 신청했으나 나이가 어려 거절당했고, 뉘른베르크의 알트도르프 대학에서 겨우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대학 측에서는 교수직을 제안했으나 그는 사양했다. 대신 뉘른베르크의 연금술 사회의 비서직으로 일했는데, 이것이 그의 첫 직업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에 라이프니츠는 마인츠의 정치인 보이네부르크를 만나 그의 법률고문이 되었고, 이후 항소법원의 배석판사로 승진했다. 이렇게 대학을 졸업한 뒤에5년간 마인츠(Mainz)후국에서 공직에 종사하며 주로 정치적 저작활동에 몰두했던 그는 다음 몇 년간은 여행을 하며 보냈고, 이후 하노버가 브라운 슈바이크 공작의 도서관 사서직을 맡게 된다. 그리고 죽기 전까지 그는 그곳에 적을 두게 된다. 그가 독특한 철학체계를 발전시키는 연구를 대부분 수행한 시기는 바로 이 말년의 시기였다.
“우리는 거의 아무 것도 충분이 알지 못한다. 그나마 선험적으로는 거의 알지 못하고 대부분 경험으로 안다.”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초기 근세철학은 보통 두 학파로 나눠 설명한다. 하나는 합리주의학파(르네 데카르트, 바뤼흐 스피노자, 이마누엘 칸트 등)이고, 다른 하나는 경험주의학파(존 로크, 조지 버클리, 데이비트 흄 등)다. 물론 두 집단 중 하나와 꼭 맞아떨어지지 않는 철학자도 많았다. 또 어느 한 학파에 속한 철학자라 하더라도 각자의 사상들은 서로 얽히고 설켜 있어 무자르 듯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비슷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점도 많았다.
하지만 두 학파를 나누는 본질적 차이라면 바로 인식론에 대한 관점이었다. 즉, 그들은 인간이 무엇을 알 수 있는가와 지식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던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경험주의자들은 지식이 경험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 반면, 합리주의자들은 합리적 반성만으로도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Gottfied Leibniz)는 합리주의자로, 이성의 진리와 사실의 진리를 구별함으로써 합리주의, 경험주의 논란에 흥미로운 전환점을 찍은 철학자였다. 그가 대표작 [단자론]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우리는 합리적 반성으로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성적 능력이 불완전한 탓에 인간은 경험이라는 지식 습득수단에도 의존해야 한다.
“각 실체 하나하나는 제 나름대로 온 우주를 표현한다.”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라이프니츠가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지 알아보려면 우리는 그의 형이상학, 즉 우주의 구성방식에 대한 그의 견해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 그에 따르면, 세계의 모든 부분, 즉 개개의 만물에는 독특한 ‘개념’이 들어 있는데, 그 개념에는 다른 사물과의 관계 등 그것에 관한 진리가 모두 담겨있다. 우주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각각의 개념은 다른 개념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연결을 따라가다보면 합리적 반성만으로 전 우주의 진리를 찾아내는 일이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그런 반성은 라이프니츠가 말하는 ‘이성의 진리’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라이프니츠가 주장하길 인간의 정신은 극소수의 그런 진리(수학의 진리 등)만 이해할 수 있으므로 경험에도 의존해야만 하는데, 이런 경험은 ‘사실의 진리’를 낳는다.
라이프니츠가 주장한 이 단자론이란 우주가 ‘단자(monad)’라는 독특하고 단순한 실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이었다. 각 단자는 다른 단자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전 우주의 과거, 현재, 미래 상태에 대한 완전한 표상을 내포하고 있다. 이 표상은 모든 단자 사이에서 동기화되어 있으므로, 각 단자에는 똑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바로 이것이 신이 만물을 창조한 방식으로, ‘예정조화’ 상태라는 것이다.
라이프니츠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모두 단자이고 따라서 우주의 완전한 표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저 자신의 정신만 탐구함으로써 세계를 모두 이해하는 일이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이 그 정보를 얻는 데 필요한 분석은 극단적으로 복잡하다(라이프니츠는 이를 “무한하다”라고 표현한다). 때문에 인간은 그 분석을 스스로 끝마칠 수 없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한 것이고, 그렇게 해서 인간은 ‘이성의 진리’가 아닌 ‘사실의 진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신은 경험이 필요 없으므로 만고불변의 진리로써 만물을 이해한다.”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라이프니츠는 또 이성의 진리는 ‘필연적’이어서 부정할 수 없는 반면, 사실의 진리는 ‘우연적’이어서 논리적 모순 없이 부정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예를 들어 합리적 반성을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이성의 진리인 수학적 진리는 필연적 진리다. 하지만 “지금 비가 온다”같은 진술은 우연적이어서 부정할 수 있는 진리이다.
라이프니츠는 인간은 무한한 분석의 끝에 도달할 수 없는 반면, 신은 전 우주를 단번에 파악해낸다고도 주장했다. 따라서 신에게 있어 모든 진리는 필연적 진리라고 그는 이야기했다.하지만 이성의 진리와 사실의 진리의 차이는 그것을 깨닫는 방식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듯 한 그의 이런 언급은 일견 모순처럼 느껴진다. 그럴 경우 왜 항상 전자는 필연적으로 참인 반면 후자는 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전지전능한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이론체계를 내세우면서 라이프니츠는 자유의지 개념을 설명하는 문제와도 불가피하게 맞닥뜨리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신이 이미 알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선택할 수 있을까? 그럴 경우 경우에는 진정한 우연성이 존재할 여지도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
라이프니츠의 학설에 내재한 이러한 난제에도 불구하고 그의 견해는 데이비트 흄, 이마누엘 칸트 등 여러 철학자들의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칸트는 라이프니츠가 말한 이성의 진리와 사실의 진리를 가다듬어 ‘분석’판단과 ‘종합’판단의 구분을 제창했고, 이 구분은 이후 줄곧 유럽철학의 핵심요소로 남게 되었다.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은 그리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 형이상학적으로 허무맹랑하다고도 비판받았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 그의 견해는 여러 과학자들에게 재발견되었다. 그들은 공간과 시간을 전통적 뉴턴역학에서처럼 절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관계의 체계로 풀어내는 라이프니츠의 설명에 흥미를 느꼈다.
“인터넷 지도에는 인터넷 사용자 사이의 무수한 연결선이 드러난다.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에 따르면, 우리 모두의 정신도 이와 비슷하게 연결되어 있다.”
“만물에는 저마다 독특한 개념이 들어있다. 그 개념에는 그 사물에 관한 모든 진리가 담겨 있으며, 그 진리에는 그것과 다른 사물의 관계도 포함된다. 우리는 그 관계를 합리적 반성으로써 분석할 수 있다. 분석이 유한한 경우라면 우리는 궁극적 진리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이성의 진리다. 분석이 무한한 경우라면 우리는 추론으로 궁극적 진리에 이를 수 없으며, 이 경우 그 진리에 이르려면 경험을 거쳐야 한다. 이는 사실의 진리다.”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2022.09.19 - [philosophy/the medieval world] - ‘우리 지식은 모두 경험으로 습득한 것이다’, 존 로크(서기1632~17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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