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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은 역사적 과정이다’, 게오르크 헤겔(서기1770~1831년)
    philosophy/the age of revolution 2022. 11. 2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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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은 역사적 과정이다’, 게오르크 헤겔(서기1770~1831)

    Georg Hegel
    Georg Hegel

    서기 177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서 태어난 게오르크 헤겔은 튀빙겐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그곳에서 그는 시인 프리드리히 휠덜린, 철학자 프리드리히 셸링과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후 몇 년간 가정교사로 일하다 유산을 상속하고서 예나대학의 셸링과 합류했다. 나폴레옹이 예나에 진주하자 헤겔은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떠났는데, 그때 간신히 건진 대표작 [정신현상학] 덕분에 독일 철학계에서 단숨에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자금이 필요했던 그는 신문 편집자가 되었다가 이어서 김나지움(Gymnasium) 교장직을 맡았다. 그후 처음에는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다음에는 명문 베를린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되었다. 41살의 나이로 마리 폰 투어와 결혼해 자식을 셋 두었던 헤겔은 콜레라가 유행하던 1831년에 세상을 떠났다. 

     

    무엇이 존재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철학의 임무다. 존재하는 것은 곧 정신이기 때문이다.” -게오르크 헤겔

     

    철학은 아무런 가정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생각과 의식의 구조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현실 전체가 생각과 생각의 대상으로 나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이런 구조는 정신의 양태다. 생각과 대상은 모두 정신의 양태다. 현실은 모두 정신이며, 정신은 모두 역사적으로 발전한다. 현실은 모두 역사적 과정이다.” -게오르크 헤겔

     

    게오르크 헤겔(Georg Hegel) 19세기 전반 독일에서 가장 이름난 철학자였다. 그의 중심 사상에 따르면, 의식에서 정치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현상은 하나의 정신(‘마음 관념 모두를 뜻한다)’의 양태들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신은 이런 현상을 자신의 양태로 인식하고 재통합한다. 헤겔이 변증이라고 부르는 이 재통합과정은 (정신의 모든 양태인) 우리가 역사라고 여기는 대상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헤겔은 만물이 한 가지 실체의 여러 양태라고 믿는 일원론자인 동시에, 현실이 근본적으로 물질이 아닌 어떤 것(이 경우에는 정신)이라고 믿는 관념론자다. 헤겔의 사상은 철학계에 근본적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여기에 담긴 함의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헤겔사상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변화(미국독립혁명이 가져온 변화 등)는 헤겔의 설명에 따르면, 정신이 낮은 발전단계에서 높은 발전단계로 올라간 진보다.”

     

    인간이 상당히 역사적인 존재임을 부정할 철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서 뭔가를 물려받아 바꾼 후 미래세대에 물려준다. 예컨대 언어의 경우 우리는 그것을 배운 후 쓰면서 바꾼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어떤 이론체계에서 출발한 다음 그것을 확증하거나 부정한다. 가족, 국가, 은행, 교회 등의 사회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 대부분은 이전의 관습이나 조직을 수정한 형태를 취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삶을 맨손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 안에서 시작한다. 게다가 그 맥락은 한 세대 안에서 급격히 변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역사적이지 않은 것, 즉 변화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 일례는 의식이다. 물론 우리는 자신이 의식하는 대상이 변하리란 점이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뭔가를 의식하는 작용(깨어있는 상태에서 사물을 인식하며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작용)만큼은 누구에게나 늘 똑같다고 믿는다. 또 생각의 구조가 역사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즉 생각이라는 행위와 생각하는 데 필요한 능력(기억, 지각, 이해 등)은 역사를 통틀어 누구에게나 항상 똑같을 듯싶다. 이는 바로 헤겔에게 큰 영향을 끼친 선배 관념론자 이마누엘 칸트가 믿은 바다. 헤겔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가 칸트의 사상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칸트가 생각하기에, 생각이 이루어지는 기본방식과 의식의 기본구조는 선험적이다. 즉 그것들은 경험에 앞서 존재한다(따라서 경험이 아니며 경험에서 비롯하지도 않는다). 이 말은 곧 그것들이 우리가 생각하거나 의식하는 대상과는 물론 역사적 영향이나 발전과도 무관하다는 뜻이다. 

    칸트는 이런 생각의 구조를 범주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인과, 실체, 존재, 현실 등의 개념이 포함된다. 이를테면 우리는 경험으로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외부세계에 인과관계가 실재하는지는 알아낼 수 없다. 칸트가 생각하기에 외부세계의 기본구조에 대한 지식은 선험적이다. 그런 지식의 인식은 경험의 틀을 제공하는 범주를 우리가 날 때부터 갖추고 있기에 가능하다. 그 틀에는 외부세계가 존재한다는 가정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칸트에 따르면, 선험적 틀이 있다는 말은 곧 겉으로 보이는 세계란 인간 마음의 본질에 좌우되는 것일 뿐 있는 그대로의 세계 자체를 나타ㅏ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 자체를 칸트는 본체계라고 일컬으며, 우리가 그것을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칸트에 따르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범주의 틀을 통해 우리에게 나타나는 세계뿐이다. 이는 칸트가 말하는 현상계’,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세계에 해당한다. 

     

    게오르크 헤겔의 변증은 개념들의 모순이 해소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속박 상태는 자유에 대한 욕구를 낳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단 자유를 얻고 나면, 속박의 어떤 요소가 자유와 결합하여 이라는 합을 낳기 전까지는 무정부 상태만 계속될 것이다.”

     

    헤겔에 따르면 칸트는 철학의 순진함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장족의 진보를 이루었으나, ‘세계 자체와 범주에 관한 설명에서는 부비판적 가정이 여전히 드러난다. 

    헤겔은 칸트가 분석과정에서 적어도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첫째, 헤겔은 칸트의 세계 자체 개념을 무의미하고 공허한 추상적 개념으로 여긴다. 헤겔이 생각하기에, 존재하는 것은 어쨌든 의식에 나타나는 무엇이다. 예컨대 감지되는 대상이나 사유되는 대상 같은 것이다. 헤겔에 따르면 칸트의 두 번째 실수는 그가 범주의 기원과 본질에 대한 가정을 너무 많이 세운데 있다. 

    헤겔의 과제는 그 어떤 가정도 세우지 않고 이런 범주를 이해하는 것이고, 헤겔이 칸트에게서 발견한 최악의 가정은 범주끼리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칸트는 범주들이 저마다 고유하고 독특하며 서로 완전히 별개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헤겔이 보기에 그 범주들은 변증적이다. 즉 그것들도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칸트는 불변하는 경험의 틀이 있다고 믿는 반면, 헤겔은 경험의 틀 자체도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 못지 않게 많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헤겔에 따르면 우리가 의식하는 대상뿐 아니라 의식 자체도 발전과정의 일부다. 이 과정은 변증적인데, 헤겔의 철학사상에서 이 개념에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철학의 각 부분은 하나의 철학적 완전체, 즉 그 자체로 완전하고 완벽한 원이다.” -게오르크 헤겔

     

    변증 개념은 만물의 발전에 대한 헤겔의 내재적 설명에서 핵심을 이룬다. 그는 자신의 설명이 적어도 네 가지는 보장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첫째, 그 어떤 가정도 세우지 않을 것이다. 둘째 되도록 가장 포괄적인 개념만 쓸 것이다. 이는 타당한 이유 없이 뭔가를 주장하는 일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다. 셋째, 그 설명은 일반적 개념이 좀더 구체적인 다른 개념을 낳는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넷째, 이런 과정은 오로지 개념 자체의 내부에서만 일어날 것이다. 이 네 번째 필요조건에서 헤겔논리의 골자가 드러난다. 즉 모든 개념()은 모순되는 개념()을 내포하는데, 이 모순은 새롭고 더 풍부한 개념()이 원래 개념에서 나타남에 따라 해소된다. 이 내재적 과정의 결과 중 하나로, 우리는 합을 알아차릴 때 이전에 정에서 발견한 모순이 원래 개념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한 외견상의 모순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이런 논리적 진보의 일례가 헤겔의 [논리학] 서두에 나온다. 거기서 헤겔은 가장 일반적이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순수 존재(어떤 의미에서든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무엇)’를 도입한다. 이어서 그가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이 개념에는 모순되는 개념이 들어있다. 즉 그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 비존재 개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모순은 한 상위 개념의 두 양태 사이에서 나타나는 대립일 뿐이며, 그 상위 개념 덕분에 해소된다. ‘존재 비존재의 경우, 이 모순을 해소하는 개념은 생성이다. 뭔가가 생성한다는 말은 그것이 비존재 상태에서 존재 상태로 바뀐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처음의 존재 개념은 단일 개념이 아니라 생성이라는 3중 개념의 한 양태일 뿐이다. 여기서 핵심은 존재 비존재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생성 개념이 외부에서 도입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헤겔의 분석에 따르면 생성은 오히려 항상 존재  비존재의 의미였고, 우리는 이 개념들을 분석해 그 밑바탕에 깔린 논리를 알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존재)과 반(비존재)의 모순이 합(생성)으로 해소되는 것은 변증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 과정은 더 높은 수준에서 계속 되풀이된다. 즉 어떤 새로운 합이든 간에 더 깊이 분석해보면 그것에 딸린 모순적 개념이 드러나고, 이 모순은 결국 더 풍부한 상위 개념으로 극복된다. 헤겔에 따르면 모든 개념은 이런 식으로 서로 연관되어있다. 그 관계를 밝히는 과정을 헤겔은 변증법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생각의 구조가 변증적이라는 헤겔의 말은 그 구조가 칸트의 주장처럼 유일무이하고 변함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모순과 해결이라는 변화 덕분에 가장 포괄적이고 공허한 개념에서 나타난다는 뜻이다. 

     

    게오르크 헤겔의 관점에 따르면, 정과 반의 대립에서 나타난 합은 그 자체로 새로운 정이 되어 자신의 반을 내놓고, 이는 결국 또 다른 합을 낳는다. 이런 변증적 과정을 거치면서 정신은 자신을 점점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되는데, 결국 헤겔철학에 이르러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위에서 헤겔의 변증을 검토하면서 우리는 나타나다’, ‘발전’. ‘변화 같은 표현을 썼다. 한편으로 이런 표현들은 이 철학적 접근법의 중요한 측면(가정 없이 논란의 여지가 가장 적은 지점에서 출발하며, 변증과정에서 점점 더 풍부하고 참된 개념이 드러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반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헤겔이 단언한 바에 따르면, 이런 발전은 논리의 흥미로운 점일 뿐 아니라 역사상의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실제 발전이기도 하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인과 현대인은 당연히 생각의 대상이 다르겠지만, 헤겔의 주장에 따르면 사고방식 자체도 다르다. 그처럼 다른 사고방식은 다른 종류의 의식, 즉 사유와 의식의 다른 역사적 발전단계를 나타낸다. 

    헤겔의 첫 번째 주저 [정신 현상학]에서는 그런 의식의 변증적 발전을 설명한다. 거기서 그는 인간 개인이 품고 있을 법한 유형의 의식에서 출발해 집단적 유형의 의식까지 다룬다. 헤겔이 그렇게 설명한 덕분에 그런 유형의 의식이 특정 역사적 시대나 사건에서 표면화된다는 점이 드러나는데, 가장 유명한 예는 미국독립혁명과 프랑스혁명이다. 

    헤겔의 주장에 따르면, 역사의 특정 시기에는 정신의 다음 혁신적 변화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같은) 개인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개인적 의식인 그 사람은 정신의 역사에서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 개인들이 이루어내는 진보는 항상 반복적 억압 상태에서(인간의 형상을 한) 정신의 양태를 해방하는데, 그럴 때 그들이 극복하는 억압은 이전의 억압을 극복한 결과일 공산이 크다. 

    이 특이한 생각(의식의 본질이 세월을 거치면서 역사상의 뚜렷한 패턴을 따라 변해왔다는 생각)은 곧 인간의 특징 중에 역사적이지 않은 것이란 없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의식의 이런 역사적 발전은 단지 무작위로 일어났을 리가 없다. 그것은 변증적 과정이므로 어떤 의미에서든 특별한 방향성과 종점을 분명히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헤겔은 그 종점을 절대정신이라고 부른다. 그가 말하는 절대정신이란 의식의 미래 단계로, 더 이상 개인에 속하지 않고 현실 전체에 속한다. 

    그 발전단계에서 지식은 완전하다. 헤겔에 따르면 틀림없이 그렇다. 정신이 변증적 합으로써 인식자와 피인식 대상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신은 이 지식을 다름 아닌 자신의 완전한 실체로 파악한다. 즉 항상 자신의 일부였지만 그런 줄 몰랐던 모든 유형의 타자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정신은 단지 현실을 아우르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처럼 현실을 아우르기 위해 늘 변화하고 있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헤겔은 [정신 현상학]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역사는 의식하고 스스로 중재하는 과정, 정신이 시간으로 흘러드는 과정이다.”

     

    세계사의 각 단계는 세계정신의 이데아에 꼭 필요한 시기다.” -게오르크 헤겔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세계, 인간의 역사와 동떨어진 길을 가는 듯한 세계는 어떻게 되는가? 현실 자체도 역사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헤겔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자연이나 세계라고 부르는 것 또한 정신이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연은 단계들의 체계로 간주된다. 그 체계 속에서는 하나가 다른 하나에서 필연적으로 비롯되는데, 그 하나는 그것을 야기한 단계의 바로 다음 진리에 해당한다.” 이어서 그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자연의 단계 중 하나는 그저 생명에 불과한 것(살아있는 완전체로서의 자연)’ 정신으로서 존재하는 것(항상 정신이었음이 밝혀진 자연 전체)’ㅇ로 바뀌는 진보다.

    자연의 이 단계에서는 새로운 변증이 시작된다. 그것은 의식 자체의 변증으로, 절대정신이 자기실현을 향한 자신의 변증적 진보를 받아들이는 형태를 띈다. 이런 진보에 대한 헤겔의 설명 첫 부분에 나오는 의식은 처음에 자신을 다른 개체들 사이에 있는 개체로, 물질이나 자연세계와 다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의식의 나중 단계는 더 이상 개체의 단계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집단의 단계다. 따라서 변증은 계속되며, 절대정신의 단계에 이를 때까지 자신을 개선한다 

     

    게오르크 헤겔에 따르면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시대정신의 완벽한 화신으로, 자신의 행동으로써 역사를 다음 발전단계로 움직일 수 있었다.”

     

    헤겔의 사상이 철학사에 미친 가장 큰 성과는 18세기의 합리주의적 계몽사상의 한계를 통찰하고 역사가 지니는 의미에 눈을 돌린 데 있다. 계몽사상이 일반적으로 역사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머릿속에서 생각한 이상에 치중, 이 이상을 현실로 실현해야 하며 또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데 반해, 헤겔은 현실이란 그처럼 인간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의 과정은 그 자신의 법칙에 의해 필연적으로 정해졌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우리가 아무리 이상을 실현하려고 애써도 그 이상이 역사의 법칙적 흐름에 알맞게 부합되어 있지 않는 한 그 노력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사를 지배하는 법칙에 대해 헤겔은 관념론적·형이상학적인 견해를 가졌으며, 역사는 절대자·()이 점차로 자기를 실현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헤겔에 의하면 절대자는 이성(理性)이고 그 본질은 자유다. 따라서 역사는 자유가 그 속에서 전개해나가는 과정인 것이며, 단 한 사람 전제군주만이 자유로웠던 고대로부터, 소수의 사람이 자유로웠던 시대를 거쳐, 모든 사람이 자유로워지는 시대로 옮아간다. 그리하여 현대는 바로 이 마지막 단계가 실현되어야 할 시대라고 보았다. 

     

    절대정신에 관해 꼭 언급해두어야 할 것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결과이며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야만 참된 절대정신이 된다는 점이다.” -게오르크 헤겔

     

    헤겔 시대에 지배적이던 철학적 관점에서는 세계에 두 종류의 실체가 있다고 보았다. 하나는 물질계에 존재하는 실체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물질에 대한 생각이다. 후자는 사물의 사진이나 심상 같은 것이다. 헤겔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차이에 대한 설명은 모두 잘못되었으며, 우리를 터무니없는 각본에 빠뜨린다. 그 각본에서는 두 실체가 완전히 다르면서도(물질과 생각) 어떤 면에서든 비슷하다(생각은 물질의 이미지이므로). 

    헤겔은 생각의 대상과 생각 자체가 다른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헤겔이 생각하기에, 이처럼 둘로 보이는 세계들의 차이와 구분은 생각과 자연이 모두 정신의 양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오해로 판명된다. 이 오해는 절대정신 단계에서 극복되는데, 그때 우리는 오직 하나의 현실, 즉 정신의 현실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을 알고 반성하는 그 정신은 생각인 동시에 생각의 대상이다. 

    정신 전체 혹은 절대정신은 헤겔 변증의 종점이다. 하지만 선행하는 단계들은 무시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 전체의 불완전하게 분석된 양태들임이 밝혀진다. 사실상 우리가 한 개인으로 여기는 대상은 현실의 개별적 구성요소가 아니라 정신이 발전하는 방식,  정신이 시간으로 흘러드는 방식의 한 양태다. 그래서 헤겔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현실은 완전체다. 그러나 완전체란 발전을 거치면서 완벽해지는 실체다.” 현실은 곧 정신(생각인 동시에 생각의 대상)이며, 역사적 발전과정을 거친다. 

     

    게오르크 헤겔에 따르면 독일 역사는 프로이센 시대에 종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게르마니아 인물상에서 의인화되었듯 당시에는 통일독일에 대한 열망이 팽배해 있었다.”

     

    (출처:철학의 책, 지식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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